003
2022. 9. 25.

 

 

어둠이 깔린다.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어둠이 겹겹이 쌓여 칠흑으로 물들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암흑 속에서 홀로 보낸 시간이 길었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다를 바가 없는 곳이다. 햇빛이 드나 안 드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드문드문 걸린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와 고양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어느 순간 다다른 자리에서 습관처럼 고개를 든다. 유난히 밝게 빛나는 집이 시선 끝에 걸린다. 오늘도 여전했다. 늦은 밤, 더 나아가 새벽까지 돌아다니는 날이 잦았다. 그때마다 불이 꺼지지 않아 신기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안정의 원천이 되었다. 그곳을 이정표 삼아 나아간다. ··· 현란한 불빛으로 물들은 도시 한가운데서, 기억에 잠겼다. 아, 다 옛일이 되었구나. 어둠은커녕 빛이 가득한 이곳이야말로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아직도 당신의 집은 빛이 가득할지. 멀리서, 닿지 않는 안부를 묻는다. 

 

 

너의 방에는 아직도 빛이 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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