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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그래, 영원할 줄로만 알았다. 내가 품었던 이 감정도, 너에게 쏟아내던 사랑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와 발치에 채일 때가 있었다. 그것도 다 옛말이 되었다.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냈다. 벅차오르던 심장도, 이젠 평온하기만 했다. 그때만큼 빠르게 뛸 수 있을까. 내 사랑은 너로 인해 피어나 너에게만 향했다. 생의 마지막을 목도하기 전까지, 너만을 사랑할 줄 알았는데. 다 오만이다. 너를 잃고, 내 사랑도 잃었다. 홀로 어둠 속에 잠긴다. 차가운 기운만 맴도는 방안,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돌아온 것뿐이다. 이제 누구를 사랑해야 할까. 아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텅 빈 심장을 끌어안는다. 이대로 영원히, 사랑하지 말자. 감히, 너를 바라고 너의 사랑을 갈구했다. 이제 그 죗값을 치른다. 눈을 감는다. 약기운을 빌렸다.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다음을 생각해 보자. 너 없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홀로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수마가 덮쳐온다. 몽롱하게 가라앉은 정신 속에서. 아, ···. 이대로 깨지 않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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