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2022. 9. 27.

 

새하얗게 물들었다. 눈부신 세상과 마주한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만개한 눈송이가 쉬지 않고 낙화했다. 어째서 이리 아름다운 꽃을 내버리는지. 하늘도 참 무심하구나. 깨끗한 만큼 더럽혀지기 쉬운 것은 없다. 소복소복, 쌓인 순백 위로 걸음을 내딛는다. 푹, 그대로 빠진 신은 자취를 감춘다. 개의치 않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나아간다. 백지 위에 한 사람분의 발자국을 새겨지면, 금세 외로움에 휩싸인다. 투명하고 창백한 공기에 휩싸인다. 숨을 내쉬면 허연 입김이 허공에 퍼진다. 아무리 껴입어봤자 소용없었다.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사랑채에 있어봤자, 공허함만 커질 뿐이다. 바다 건너 당도한 이곳은, 한양보다는 따뜻했지만. 너의 곁에 비하면 차디찬 곳이다.

 

네가 없는 곳의 겨울은 참으로도 시리구나.

 

아무리 읊조려도 닿지 않는다. 흘러나온 성음은 찬 기운을 만나 연기처럼 흩어진다. 단 한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나라의 명을 받지만 않았더라면. 너의 곁에서 눈을 뜨고, 함께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허상을 그린다. 이상하리만치 포근함이 몰려온다. 너의 존재가 그러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준다. 반대로, 이리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상실을 느낀다. 역시,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은 너의 품뿐이다. 유일무이한, 나의 정인. 친우이자 연인. 한시라도 빠르게, 돌아가고 싶구나. 태양을 바라본다. 내리쬐는 햇볕에 눈가에 주름이 지지만 시선을 떼지 못한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눈꽃만큼의 위안을 얻는다.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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